美軍, 아프간 폭격 재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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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군 폭격기가 지난 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5개월여 만에 폭격을 재개했다. 탈레반 정권과 알 카에다 축출을 위해 미국이 벌여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개전 1년이 넘도록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도 카불 북부에 소재한 바그람 미 공군기지 대변인은 이날 "B-52 폭격기가 서부 헤라트주 신단드시 외곽에 폭탄 7발을 투하했다"며 "이번 폭격은 미군 특수부대 순찰대가 정체 불명의 무장 괴한의 공격을 받은 직후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B-52기가 아프가니스탄 영공에 다시 등장한 것은 지난 6월 초 중부 우루즈간주에서 마을 주민들을 탈레반 잔당으로 오인, 민간인 48명을 숨지게 한 오폭 사고 이후 다섯달 만이다.

◇끝나지 않은 전쟁=이번 폭격은 미군 특수부대 순찰대가 1일 신단드시 외곽 공군기지 부근을 순찰하다 여러 명의 무장 괴한들에게서 총격을 받아 이뤄졌다. 영국의 BBC방송은 "이 지역은 지난달 30일 아프가니스탄 서부 지역의 두 군벌이 전투를 벌여 11명이 숨지는 등 치안이 불안한 곳"이라고 보도했다. 미군을 공격한 무장세력이 탈레반 잔당인지, 아니면 아프간 군벌세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엔 동부 가르데즈에서 미군 특수부대 호송차가 총격을 받아 미군 한명이 부상했다. 당시 하즈라트 알리 가르데즈 지역 군 사령관은 "알 카에다 잔당 8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달 30일엔 남동부 코스트주에 있는 미군 기지에 네발의 로켓포탄이 날아와 아프가니스탄 병사 한명이 부상하는 등 지난 11월 한달 동안 미군이나 카불을 지키는 평화유지군(ISAF)을 겨냥해 발사된 미사일만 무려 57기에 달한다.

◇전후 복구회의 재개=탈레반 축출 1년을 맞은 아프가니스탄 새 정부의 진로가 여전히 불투명한 가운데 2일 독일의 본에서는 지난해 12월 이후 두번째로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라크다르 브라히미 유엔 아프가니스탄 특사·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외교안보 수석대표·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 등이 참석, 치안·복구 상황을 평가하고 향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안정을 위해선 서방세계가 원조금 지원 약속을 조속히 이행해야 하며, 카불에만 있는 평화유지군을 지방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하마드 아민 파르항 재건장관은 "안정적인 개혁 추진과 정부의 통제력 강화 등을 위해 7만명 규모의 정부군을 창설할 계획"이라며 "훈련은 미국과 프랑스가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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