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열기' 속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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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의 나이로 요절한 전설적인 록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지난달 27일 60회 생일을 맞았다.

2000년 6월 서거 30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인 시애틀에 들어선 멀티미디어 로큰롤 박물관 '익스피리언스 뮤직 프로젝트'(EMP)엔 지금도 그와 록음악을 함께 하려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개관 후 2년5개월 만에 입장객이 1백60만명을 넘었다.

EMP에선 지난달 23일부터 내년 5월 26일까지 '디스코:10년간의 토요일 밤'이라는 기획 전시가 열리고 있다. 앤 도나 서머·비지스·빌리지 피플·블론디 등의 음악과 함께 인기 DJ들이 디스코 클럽을 주름잡았던 1970년대의 생생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전시장은 당시 뉴욕의 디스코 클럽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70년대 초 첫선을 보인 12인치 댄스 리믹스 앨범을 비롯해 패티 라벨이 입었던 과감한 무대 의상이 먼저 눈길을 끈다. 디스코 비트의 창시자인 얼 영이 사용했던 드럼, 존 트래볼타 주연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 등장했던 흰색 무대의상, 앤디 워홀이 뉴욕의 디스코 클럽 '스튜디오 54'에서 찍은 사진 등이 이어진다.

공동 큐레이터인 EMP의 벤 런던은 "디스코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던 사람들은 이 곳에서의 과거 체험이 더 없는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디스코 음악은 사실 친구 몇명이 가정집 지하실이나 창고에서 댄스음악을 틀면서 댄스 파티를 즐기던 것에서 시작됐다. 생연주를 들려주는 댄스 클럽의 입장료는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술을 한병씩 들고 와서 나눠 마셨다.나중엔 이 사설 클럽이 동성연애자들의 온상이 됐고, 에이즈의 폐해가 심각해지면서 디스코 음악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EMP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이 2억4천만달러(약 3천1백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은 음악 박물관. 빌바오 구겐하임으로 유명한 캐나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에릭 클랩턴의 56년산 펜더 기타, 봅 딜런의 하모니카, 엘비스 프레슬리가 입었던 검정 가죽 재킷, 헨드릭스의 모자 등 8만여종의 전시품과 함께 유명 뮤지션들의 동화상과 라이브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이색 공간 스카이 처치 등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다. www.emplive.com.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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