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미국 경찰 개 패듯 제압 … 물대포 맞고 죽는 사람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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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강연은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5개 기동단의 팀장급(경위) 이상 464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지난 3월 31일 서울청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3월 27일 민주노총의 올 첫 대규모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난 직후고, 노동계가 예고한 총파업 투쟁이 한 달 남은 시점이었다.

강연 대상인 기동단은 시위 진압을 주 업무로 맡고 있다. 외부로 유출된 1시간8분 분량의 조 후보자 강연 전문을 통해 문제가 된 발언의 취지와 맥락을 짚어봤다.

조 후보자는 기동단 간부들에게 ▶효과적인 진압 ▶진압 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사안 ▶한국의 특수한 상황 ▶법질서 준수의 중요성 ▶폭력 시위 집단의 실체 등을 강연했다.

◆조 후보자의 강연 요지="50m 정도 거리에서 물포 맞고 죽는 사람 없지 않습니까?”(중략) “미국 경찰은 폴리스 라인 넘으면, 인정사정 없이 속된 말로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하거나 팔을 꺾어 제압합니다. (시위대가) 죽창 만들어 공격하면 총으로 바로 쏴버립니다. (중략) 미국 같은 경우 국회의원들이 불법폭력 시위하는 데 앞장서서 시위대와 같이 경찰에 맞서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우리 정치인들 그렇지 않습니까.(중략) 언론에 대해 나름대로 서운한 점이 많죠. 시위대 입장에서 경찰의 과격성·폭력성만 부각하고….”

그는 이어 천안함 유족의 사례를 들었다. “천안함 유족의 동물처럼 울부짖는 모습을 언론이 여과 없이 보도해서는 안 되며, 한준호 준위 아들의 인터뷰처럼 슬픔을 격이 높게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해야 합니다.”

조 후보자는 또 폭력 시위 집단의 불법성을 강조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의혹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사망했습니까.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린 겁니다. 전직 대통령의 불법이 분명한데, 그걸 가지고 청와대 진격 투쟁, 이런 걸 시도한 것입니다.”

2008년 촛불집회도 예를 들었다. “법질서 파괴 세력의 실체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촛불시위 때 여대생 사망설, 경찰 강간설, 경찰 프락치설, 이런 걸 만들어서 인터넷에서 급속도로 (퍼지게) 해가지고 국민들 마음에 경찰에 대한 반감을 갖도록 반정부 정서를 갖도록 적극적으로 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 세력의 실체입니다. 앞으로 광우병 걸린 사람이 많이 나오나 안 나오나 한번 두고 보세요. (안 나오면) 이 사람들 책임져야죠.”

◆“천안함 유가족 겨냥한 발언 아니다”=익명을 요구한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조 후보자의 당시 강연 내용은) 미국에 비해 국내의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듣기에 따라선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정치상황과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발언이 나오게 된 것 같다”며 “당시 발언의 맥락은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지 노 전 대통령과 천안함 사건 유가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강인식 기자

조현오 경찰청장 후보자의 주요 발언

- 미국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넘으면 개 패듯이 경찰봉을 사용합니다. 죽창 갖고 공격하면 총으로 바로 쏴버립니다.

- 미국 같은 경우 국회의원들이 불법시위에 앞장서 경찰에 맞서는 일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그렇지 않습니까.

-미국 경찰은 인권 마인드도 사명감도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찰은 있습니다.

- 왜 우리 경찰이 미국 경찰보다 한참 못한 것처럼 욕 들어 먹습니까? 그것은 언론·정치인·판사들의 잘못된 판결과 국민정서 이런 게 있기 때문입니다.

- 촛불시위 때 여대생 사망설, 경찰 강간설 만들어 반정부 정서를 획책하는 게 법질서 파괴세력의 실체입니다. 야당 일부 정치인들도 끼어들고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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