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발리테러 연루 확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지난달 한국인을 포함해 1백91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테러가 지난해 9·11 테러의 배후조직 알 카에다와 연관됐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고 AP·AFP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발리 테러를 수사 중인 다이 바크티아르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이날 테러지휘 혐의로 검거된 이맘 사무드라(40)에 대한 조사 결과 "테러범이 '알 카에다의 동남아시아 조직인 제마 이슬라미아(JI)의 명령을 받아 테러를 실행했다'고 자백했다"고 발표했다.

사무드라는 폭탄 설치시기·장소를 결정하고 실행회의까지 주재하는 등 발리 폭탄테러에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난 인물. 지난 21일 수마트라 남부에서 은신하기 위해 반텐주 머락항으로 가다 검거됐다. 바크티아르 청장은 "사무드라가 '발리 테러 전에 JI의 2인자 리두안 이사무딘(별명 함발리·36)을 말레이시아에서 만났다'고 털어놨다"고 말했다.

AP통신은 "9·11 테러를 실행한 알 카에다와 동남아시아 지역 조직인 JI·발리 테러범의 삼각 연관성이 입증됐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알 카에다와 발리 테러를 연결하는 '함발리'가 주목받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함발리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동남아시아의 오사마 빈 라덴'이란 명칭을 붙여준 위험인물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당국의 수배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198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과의 전쟁에 참전했으며, 90년대부터 동남아지역에서 지하드(성전)에 참여할 이슬람 전사를 훈련시키거나 테러를 기획해왔다.

2000년 1월엔 말레이시아에서 9·11 테러 당시 비행기 탈취범과 회의를 열었으며, 지난해 12월 필리핀 마닐라와 인도네시아 8개 도시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도 그의 소행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이날 "발리 테러는 미국인들을 겨냥한 치밀한 범행"이라며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JI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를 포함해 이 조직의 70여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바시르와 발리 테러와의 연관성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