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연방銀 분기마다 조사·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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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미국 월스트리트의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이런 탓에 월가의 전문가 대부분이 지난해의 경기침체를 예측하지 못했다.

때로는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을 얼마나 확신하는지를 간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이 경기 예측에 더 좋은 지표가 되기도 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이 조사하는 '불안지수(Anxious Index)'가 바로 그런 지표다.

불안지수란 다음 분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을 측정한 지수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1968년 이후 매 분기 이 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이 평균적으로 다음 분기에 경제가 침체할 가능성이 30%라고 말하면 경기침체가 온다고 봐도 거의 틀림없다. 불안지수가 20%가 넘으면 대체로 침체가 올 가능성이 상당하다.

지난해 경기침체가 나타나기 전 몇년 동안 불안지수는 계속해 20%대 중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90~91년의 경기침체기와 80년대 초의 경기침체기 이전에도 이 지수는 20을 훌쩍 넘어섰다.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은 최근 이 지수가 올 4분기에 24.1로 뛰어올랐다고 발표했다. 지난 3분기엔 18.6이었다. 이 지수대로라면 더블딥(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의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러나 불안지수의 급등이 경기하락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기록적 장기호황이 시작되던 92년이나 불황을 모면했던 80년대 중반에도 불안지수가 20을 넘었지만 경기침체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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