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상 압력 가중 美·日, 對中 무역적자 내세워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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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위안(元)화를 평가절상하라. "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인 미국·일본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대중(對中)무역적자를 내세워 위안화 절상 압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현재 달러당 8.28위안 안팎에서 관리하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바꾸라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 측은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대폭 절하돼 위안화 가치는 1994년 기준으로 사실상 34%나 오른 상태"라고 맞서고 있다.

◇뜨거워진 국내외 찬반 논란=중국산 제품이 세계시장을 휩쓸면서 서방 각국에선 "중국이 다른 나라의 수출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각국의 수출이 죽을 쑤는 마당에 유독 중국만 연 20%대의 증가세를 구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수출기지로 각광받았던 멕시코에선 요즘 공장들이 값싼 임금과 원자재를 찾아 앞다퉈 태평양 건너편의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중국산 제품에 밀려 각국의 기업들이 문을 닫고,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늘어나 새로운 금융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모건 스탠리의 경제분석가인 스티븐 로치는 "중국의 물가가 곧 세계의 물가로 되는 현실에서 중국의 디플레이션(물가하락)현상은 새로운 위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10월 말 현재 2천6백55억달러, 외국인 투자가 올해 5백억달러에 이르는 점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의 여지를 넓히고 있다.

중국의 샹화이청(項懷誠)재정부장은 최근 "미국인들은 진작부터 (위안화 절상을)궁리해왔다"며 미국 측의 압력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일본 금융당국자들도 "위안화에 대해 전면 재평가를 단행해 어느 정도의 절상을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고민하는 중국 경제팀="중국의 맹렬한 수출 증가세를 막으려면 위안화를 25%가량 절상시켜야 한다"는 외국 언론의 주장에 중국 경제팀은 펄쩍 뛴다. 국유기업 개혁과 실업문제, 금융기관 부실 정리 등 난제가 수두룩한 데다 중국 지도부의 전면 교체기에 모험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은 엄청난 환(換)투기를 유발해 중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룽지(朱鎔基)총리도 위안화와 홍콩달러에 대한 발언을 할 때면 극히 조심스럽다.

UBS워버그는 최근 "중국 당국이 앞으로 1년 뒤 위안화 환율 변동폭(현재 0.05%)을 3~5% 정도로 확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증시 개방에 따라 환율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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