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지구 수목 살렸으면 `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재건축 허가가 난 잠실에 사는 주민이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 높이만큼 자란 굵직한 수목들이 많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으로 멋진 풍경을 자랑한다. 그런데 거의 모든 가구가 이주해 간 지금은 텅 비어 스산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얼마 전 너무나 어이가 없는 광경을 봤다.

이삿짐 사다리차에 걸린다는 이유로 그 무성하던 나무들을 볼품없이 막 잘라버리는 것이 아닌가. 아예 막대기처럼 앙상하게 만들어 놓거나 심지어 가운데 둥치를 베어버린 것도 있었다.

그만큼 큰 나무로 자라려면 20년은 족히 걸리는 것인데 이제 사람이 살지 않게 된다 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물을 훼손하는 일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눈 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것 같아서 너무나 씁쓸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의 이주와 재건축도 중요하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그 한그루 한그루가 모두 소중한 생명이 아닌가.

김용희·서울 송파구 잠실5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