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 한풀 꺾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금융당국의 억제 대책에 힘입어 한풀 꺾였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6천5백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2조9천억원에 비해 2조3천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1∼15일 7천억원이었으므로 16∼20일에는 은행권이 새로 대출한 금액이 오히려 가계가 갚은 빚(상환액)보다 5백억원 적었던 것이다. 이는 또 10월 한달동안의 가계대출 증가액 6조3천억원의 10.3%에 불과한 규모다.

그러나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줄어들었지만 신용카드를 이용한 물품 구입과 현금 서비스 등 신용카드 채권은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동안 신용카드 채권 증가액은 2조8천억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의 2조4천억원보다 4천억원 늘어났다. 은행권이 담보대출을 줄이자 신용카드를 통해 긴급자금을 꺼내 쓴 소비자가 많았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기업대출은 지난달 말보다 7천억원 늘어나 은행들이 가계대출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중소기업 등에 대한 대출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는 월말 추이를 지켜봐야 추세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는 주택 거래가 한산한 비수기이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감소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방학·이사철의 대출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귀식 기자

kslin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