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view &] G2 중국,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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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본은 더 이상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아니다. 게다가 다가오는 미래를 감안해 보면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경제 규모 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G2의 반열에 올랐다. 그뿐 아니라 적어도 상당 기간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지위를 넘보거나 추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점은 과거의 일본과 현재의 중국이 똑같이 G2 국가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일본이 미국에 이은 G2로 부상했을 때를 돌이켜 보자. 비록 동서양의 문화나 종교의 차이 등은 있을지언정 정치나 경제나 사회제도 등에서 일본은 미국(또는 서방 선진국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 일본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선진국들과도 잘 어울리며 협력과 조화를 위해 노력했다. 그 때문에 일본은 서방 국가들과 커다란 충돌 없이 무난히 지내 왔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의 일본과는 전혀 다른 G2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가령 과거 일본과 미국 사이에 무역분쟁이나 마찰이 생기더라도 위기적인 충돌상황으로까지는 진행되지 않았다. 극단적인 충돌 이전에 양국은 전 방위 접촉을 통해 서로가 해결책을 강구하곤 했다.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는 일본의 입장에서 미국과 경제 문제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종종 마찰이 있긴 했지만, 양국 동맹관계의 큰 틀을 벗어나진 않았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다르다. 경제적인 덩치는 크지만 정치·군사·외교 면의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은 일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또 규모가 상대적으로 왜소할 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면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도 사정이 전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중국과 미국 간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서로가 자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로 인식하는 한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중국과 미국 간의 경제적인 마찰과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놀랄 일은 못될 것이다.

다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감안해 볼 때 양국 간의 경제 마찰은 전 세계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쉽게 말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이나 경제 분쟁은 더 이상 두 나라 사이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세계 경제 그 자체의 문제로 확대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분쟁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경우에는 무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이는 이제까지의 세계 경제질서에 역행하는 신보호무역주의를 초래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앞으로 상당 기간 세계 경제질서에 중대한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중국 경제 규모의 급속한 확대에 따른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반도국가인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 러시아는 대륙국가이며, 미국과 일본은 해양국가다. 미국과 일본은 경제적으로 대륙국가들보다 월등히 앞서갔던 같은 해양국가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에 일본을 제치고 G2로 부상한 중국은 해양국가들과는 대립될 수밖에 없는 대륙국가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국제정치적, 외교적 혹은 안보적인 환경 변화의 영향을 직접 겪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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