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다시 맞붙은 강·온파 파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 준비가 본격화하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 행정부 내에서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를 대표하는 딕 체니 부통령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의 강온 대립의 골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재임 당시 각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이었던 두 사람이 1991년 걸프전을 치르며 전략 수립과정에서 노출시켰던 갈등이 10여년 만에 또 다시 이라크 전쟁에서 재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갈등의 뿌리는 걸프전=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의 무력 사용을 놓고 의견이 맞섰다.

체니는 즉각 이라크군을 쿠웨이트 국경선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파월은 이라크 격퇴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방어에 군사력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체니의 주장이 관철됐고 미국은 걸프전에 돌입했다.

걸프전 도중에도 두 사람은 대립했다. 체니가 이끄는 강경파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제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월은 바그다드 진격작전에서 발생할 미군의 피해와 중동 지역 전체의 정세 불안을 들어 이라크 진격에 반대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지금도 논란거리다.

◇재연된 갈등=아들 부시 대통령의 핵심 각료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한때 파월 장관의 중도하차가 거론될 만큼 갈등을 빚기도 했다.

체니는 후세인 정권 교체를 전략 목표로 삼고 이라크 공격에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국제현안에서 일방주의 노선을 고집해 동맹국들과도 갈등을 빚는 원인이 됐다.

반면 군복 대신 말끔한 정장 차림의 외교 총사령탑이 된 파월은 주요 사안에서 다자주의를 선호하고 동맹국과의 협력을 앞세웠다. 만장일치로 유엔 안보리 결의 통과를 이끌어 낸 것은 파월의 노력이 작용한 결과였다.

뉴욕 타임스는 이라크 무기사찰이 실패로 끝날 경우 대처방안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체니가 미국의 독자적인 군사공격도 불사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파월은 결의안대로 다시 안보리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반복되는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인간적으로는 매우 절친한 사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