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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헌" 공약 민주당 중진 유인 카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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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4면

국민통합21의 정몽준(鄭夢準)후보가 21일 기자회견에서 '분권형 대통령제'개헌을 공약했다.

鄭후보는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소모적인 정치적 대립을 막고 여러 정파가 힘을 합치는 통합의 정치"라며 "통합의 정치를 가로막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해 2004년 5월, 17대 국회가 개원하면 헌법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안의 내용은 ▶대통령은 통일·외교·국방·안보 분야를, 국무총리는 경제·치안·복지 등 민생분야를 맡고▶총리는 국회의 불신임에 의하지 않고는 해임되지 않으며▶대통령과 총리는 각각 자신이 통할하는 각료에 대한 실질적인 임면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하고, 국회엔 '내각 불신임권'을, 대통령엔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 요소가 섞여 있는 2원집정부제와 흡사하다.

그런데 鄭후보가 밝힌 '분권형 대통령제'개념은 지난 7월 민주당의 이인제(李仁濟)·박상천(朴相千)·정균환(鄭均桓)의원 등 반(反)노무현파 중진들이 앞다퉈 내놓은 것이어서 그 연관성에 관심이 쏠렸다.

민주당 쪽에선 "동국대 황태연 교수가 '2원집정부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鄭후보가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민주당에서 국민통합21로 옮겨간 김민석(金民錫)전 의원이 개입돼 있을 것으로 본다. 김민석 선대위본부장은 민주당에 있을 때 정균환 총무와 밀착해 있었으며, 지금도 鄭총무와 관계를 맺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鄭후보는 이들 민주당 중진들을 끌어들일 카드로 분권형 대통령제를 내걸었다는 얘기다. 박상천 의원은 즉각 "鄭후보의 결단을 환영한다. 다른 후보들도 분권형 개헌을 공약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인제·정균환 의원 측도 싫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통합21의 전성철(全聖喆)정책위의장은 "원래 이 공약은 후보 등록일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이 바뀌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기 전에 공표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현역의원 한명인 통합21로선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데 한계에 부닥친 鄭후보가 다수 정파들과 '연립형 통합정부'구상을 밝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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