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가 재개발 공론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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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시가 성북구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을 비롯한 대표적 윤락가 몇 곳을 재개발 방식으로 정비하겠다는 구상 아래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우리는 윤락가 문제가 매우 복잡하고 이를 없앤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만도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오랜 역사와 뿌리를 가진 서울 도심의 윤락가는 성 매매가 안고 있는 법적·윤리적·사회적 문제 외에 집단화에 따른 여러가지 도시 문제를 야기한다. 경부고속철 시발지가 될 용산역 앞의 윤락가나 차량 통행이 빈번한 대로변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미아리 텍사스촌'의 휘황한 홍등가는 미관상 불쾌감을 주고 시민들을 당황케 만든다. 청소년들의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 관광객이나 노동자들의 출입으로 나쁜 질병이 번져 나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 스스로 재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업종 전환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건축 용적률을 완화해 주고 도로 등 기반시설도 갖추도록 할 경우 윤락업을 계속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락가 정비엔 몇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우리가 과거에 경험했듯 대책없이 철거나 단속을 강화할 경우 윤락업소들은 주변 주택가로 숨어들어 더욱 은밀하게 영업을 계속한다. 이를 막기 위해 특정 지역에 이들 업소가 영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천명에 이르는 윤락녀가 윤락가 정비를 계기로 전업할 수 있도록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노력을 적극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해엔 서울경찰청 김강자 과장이 공창(公娼)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해 큰 논란이 됐었다. 이번 서울시의 접근은 재개발 방식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공론화 과정에선 어차피 이 두 가지 문제가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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