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경파가 사찰 실패 공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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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이라크에 도착한 유엔 무기사찰단의 한스 블릭스 위원장은 "미국 강경파들이 사찰이 실패로 돌아가도록 음해공작을 펴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블릭스 위원장은 18일 유엔 사찰단본부가 설치된 키프로스에서 이라크로 떠나기 직전 가디언지 기자로부터 "미국 정부의 핵심 인물들은 당신(블릭스 단장)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맞서기엔 너무 약해 사찰에 실패할 것이라고 비난했는데 이 같은 음해공작의 배후에 미국 강경파들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같은 판단이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그동안 줄곧 사찰단이 후세인 대통령을 무장해제시키는 데 실패할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들은 보좌관들로부터 "블릭스 위원장은 1980년대 국제원자력에너지기구(IAEA) 사무총장 재직 당시 이라크의 핵 개발 계획을 탐지하지 못했다"는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럼즈펠드 장관의 보좌관인 리처드 펄은 지난주 "나에게 권한이 있었다면 블릭스를 (사찰단장에)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블릭스 단장은 "아직 시작도 않은 사찰을 이처럼 비판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특히 내가 적임자가 아니라는 비판은 (사찰에)도움이 되지 않는 게 확실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찰단의 한 인사도 "블릭스 위원장이 80년대 이라크의 핵 개발 계획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비난은 틀렸다. 당시 핵 개발 계획을 포착하지 못했던 것은 당시 사찰단이 힘이 없어 이라크가 핵 개발 장소라고 지정한 곳만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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