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청소부대' - 첨단무장 사찰단 감추기-들추기 숨바꼭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18일 개시된 유엔의 이라크 무기사찰은 첨단장비로 이라크 전역을 샅샅이 뒤지려는 사찰단과 훈련된 '청소부대'까지 동원해 무기를 숨기려는 이라크 간의 술래잡기 게임이 될 전망이라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라크는 대외적으로는 '1백% 투명공개'를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교묘한 무기은닉술로 사찰을 방해할 가능성이 크며, 사찰단 역시 과거와 달리 고강도 사찰을 다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에 기회를 주러 왔다"=한스 블릭스 사찰위원장은 바그다드 입성에 앞서 "이라크에 기회를 주러 왔다. 전쟁이냐 평화냐 여부는 전적으로 후세인에게 달려 있다"고 선언했다.

사찰단 선발대는 18일 바드다드의 사담 국제공항에 도착, 이라크측 사찰단 응대기관인 국가감시위원회 대표 호삼 아민 장군의 영접을 받은 후 숙소인 라시드 호텔로 향했다.

라시드 호텔 로비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얼굴을 바닥에 새겨 투숙객들이 이를 밟고 지나가도록 돼 있었다. 블릭스 위원장은 숙소에 들어가기 전 "후세인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짜지 않았다"고만 답했다.

◇첨단장비 대 '청소부대'=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달 들어 이슬람 사원과 병원·학원 등 사찰단이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 생물·화학무기를 은닉하기 시작했으며 실험실·연구소 등 과거 무기를 숨겨온 시설물들에는 고도로 훈련된 '청소부대'를 투입해 무기를 빼돌리고 있다고 영국 신문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이라크 반체제 인사들을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무기 은닉작업은 후세인 대통령의 차남으로 이라크 정보기관장을 맡고 있는 쿠사이 후세인의 지휘 아래 왈리드 알-나스리 이라크군 준장이 실행하고 있다.

쿠사이는 생화학무기들을 모술·키르쿠크 등 이라크 북부도시의 병원·학교·이슬람 사원 등에 옮기도록 알-나스리 준장에게 지시하고, 매일 결과를 보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후세인 대통령이 무기개발에 참여했던 과학자들이 사찰단의 신문과정에서 무기개발 사실을 털어놓을 것을 우려해 이들을 비밀리에 해외로 내보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주 동안 최소한 이라크 과학자 7명이 위조여권을 갖고 예멘 등 중동지역(4명)·루마니아(1명)·말레이시아(1명)·싱가포르(1명) 등지로 출국했다는 것이다.

유엔측도 전의를 다지고 있다. 실험실 내 먼지까지 잡아낼 수 있는 스파이위성부터 공기 속 분자나 지하 수십m 아래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하는 레이더 시스템까지 각종 첨단장비를 동원해 은닉 무기를 찾아낸다는 방침이다. 대통령궁 등 의심스런 장소들은 사전예고 없이 조사할 계획이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