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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람] 19일부터 자선 사진전 여는 사진작가 김중만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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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지난해 11월 케냐에서 현지 어린이를 품에 안고 포즈를 취한 김중만씨.

사진작가 김중만(51)씨는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케냐에서 난생 처음으로 울면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눈물이 계속 흘러 뷰파인더 너머 피사체가 뿌옇게 보일 정도였다. 네살배기 여자 어린이 티파니를 찍으면서였다.

인화한 뒤 보니 아이의 눈에도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태어날 때부터 에이즈에 감염된 아이였어요. 같은 병으로 엄마는 이미 숨졌고, 아빠는 말기 환자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대요. 그런 아이에게 웃어보라고 했어요. 사진작가의 습관이란 게 그렇잖아요. 다양한 포즈를 찍을 욕심으로 무심코…. 10초쯤 지나서야 내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태어난 이래 웃을 일이라곤 없었던 아이였다. 지어본 적이 없는 표정을 짓느라 애쓰는 티파니의 안타까운 모습이 김씨의 예민한 감성을 건드렸다. 김씨가 울면서 사진을 찍어야 했던 까닭이다.

그는 이후 티파니의 후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티파니는 그의 새 사진전 포스터의 주인공이 됐다.

김씨가 오는 1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케냐와 네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전시회를 연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하늘정원(19일~25일)과 인사동 포토하우스(26일~2월 1일) 두 곳에서다. 수익금 전액은 김씨의 카메라 앞에 섰던 케냐와 네팔의 어린이들, 그리고 지진해일의 피해를 본 남아시아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다.

"제가 회원으로 있는 플랜코리아(극빈국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단체, www.plankorea.or.kr)의 제안으로 이번 사진전을 계획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케냐와 네팔 현지에서 20여일에 걸쳐 사진촬영을 했지요."

그는 이번 전시회의 작품 가격을 1점당 40만원 정도로 '싸게' 책정해 놓았다. 플랜코리아 회원의 연(年) 회비 수준에 맞춘 것이다. 그의 작품은 보통 1점당 300만~400만원에 팔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케냐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작고한 부친이 1971년 정부 파견 의사로 케냐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했다. "내가 아는 의사 중에서 가장 가난했던 의사"라고 부친을 묘사한 그는 "케냐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마음 속으로 아버지에게) '이번 일이 아버지가 가장 기뻐하실 일이겠군요'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방향을 틀어 사진가로 활동하고 있다. 77년 프랑스 ARLES 국제사진 페스티벌에서 '젊은 작가상'을 받았고, 같은 해 그의 작품이 '프랑스 오늘의 사진'으로 선정됐다. 프랑스 패션잡지 '엘르''보그 등에서도 일했다. 90년대 들어 국내 활동을 본격화했다. 사진집으로는 '불새' '넋두리-김현식' '동물왕국' '아프리카 여정' 등이 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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