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움이 살아 있는 중국 농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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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밤 12시30분)=1999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화제작이다. 중국의 한 궁벽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도시로 떠난 제자를 데려오려는 소녀 교사의 아름다운 분투를 다루고 있다. '붉은 수수밭''홍등' 등의 전작에서 노출됐던 장이머우의 강렬한 색채가 줄어들고 대신 질박하고 사실적인 영상이 시선을 잡는다.

출연진 전원이 비전문 배우라는 점도 흥미롭다. 대부분 자신의 이름을 달고 출연했다. 그들의 순박한 말투와 정겨운 표정이 스크린을 가로지른다.

열세살의 소녀 웨이는 '깡촌'의 임시 교사. 정교사 가오가 아픈 어머니를 돌보러 한달간 학교를 비우게 되자 대리 교사가 된다. 그런데 웨이가 할 수 있는 건 노래와 율동뿐. 가오가 남긴 당부는 단 하나다. "내가 없는 동안 절대 학생수가 줄어선 안된다. "

하지만 수업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장난치고 소란을 떤다. 설상가상으로 말썽꾸러기 하나가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다. 사면초가에 빠진 웨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각종 '작전'을 펴며 도시에 따라가 결국 악동을 데려오는 데 성공한다. 낙후된 시골 풍경과 돈을 좇는 도회를 대비하며 중국의 오늘을 요란스럽지 않게 응시하고 있다. 전체 시청가. ★★★★(만점 ★ 5개)

박정호 기자

jhlogo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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