泰 테니스영웅 '운명의 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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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종이냐, 까만 종이냐.

남자테니스 아시아 최고의 스타 파라돈 스리차판(23·태국·세계랭킹 16위)의 운명이 종이 색깔에 달렸다.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비롯, 올해 투어대회에서 두차례나 우승하는 등 세계 테니스계에 혜성처럼 떠오른 스리차판이 군입대를 앞두고 큰 고민에 빠졌다. 어떤 색의 제비를 뽑느냐에 선수생명이 달렸기 때문이다.

태국은 20∼23세 남자에게 2년간의 병역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필요한 군인 수보다 병역 대상자가 더 많아 영장을 받은 사람은 훈련소에서 제비뽑기를 한다. 여기서 빨간 종이를 집으면 입대하고, 까만 종이를 집으면 면제다.

최근 6개월 동안 세계랭킹 1위 레이튼 휴이트(호주)와 전 랭킹 1위 앤드리 애거시(미국) 등을 잇따라 격파한 스리차판도 이 독특한 입대 제도에 운명을 맡긴 상태다.

스리차판의 아버지는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들이 내년 4월 입대하라는 영장을 받았다. 법은 법이고, 예외는 없다. 그러나 한창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때에 군대를 간다면 이것으로 아들의 테니스 생명은 끝난다"고 말했다.

스리차판이 '신의 아들'이 될 기회는 한번 더 남아 있다. 스리차판은 다음주 중 국왕을 예방할 예정이다. 스리차판은 "국가홍보 대사로 외교관 여권까지 받은 그동안의 성적을 고려해줬으면 좋겠다"며 희망을 걸고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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