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핵개발 첫 보복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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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핵개발을 시인한 지 한 달여 만에 미국이 대북 중유 공급을 12월부터 중단한다는 첫 번째 '채찍'을 들고 나왔다.

그동안 미국이 한·일·중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에 외교적 압박을 가한 것은 서막이었다. 이제 본격적인 제재와 대결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북한이 제네바 합의를 위반한 이상 미국의 이 같은 대응은 예견된 것이었다. 공화당 정권은 북한의 태도에 따른 '원칙적인 대응'을 대북 정책의 기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북한이 일을 저질러 놓고도 모든 일이 예전처럼 진행되리라고 기대하도록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 같은 대북 기조는 지난 5일 공화당이 상·하원 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더욱 강화됐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도 강경하다. 외교 소식통은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화당의 비난을 무릅쓰고 제네바 합의를 만들었는데 북한이 어겨 망신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는 2003년도 중유 예산 봉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의 중유 지원 중단을 제네바 합의의 파기로 단정하기는 힘들다. 미 정부는 그동안 합의 파기를 공식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으며, 이런 입장엔 변화가 없다.

제네바 합의 중 대북 지원의 중심축은 중유와 경수로 건설이다. 미국은 한국·일본 등이 주도하고 있는 경수로 건설에 대해선 아직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1차로 중유를 중단하는 만큼 북한의 반응을 보고나서 한국·일본 등과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 폐기를 공식화할 경우 북한이 밀폐된 폐연료봉을 꺼내 플루토늄을 다시 추출하는 등 사태가 악화될 가능성을 꺼리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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