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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았던 우이천 죽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북한산 맑은 물을 자랑하던 우이동 계곡이 흉칙하게 변했다.

수방(水防)을 이유로 지난 5월 관할 서울 도봉구청이 하천에는 어울리지 않는 '돌망태 공사'를 하고 나서다.

아름답던 하천 바닥을 포클레인으로 죄다 긁어내고 돌로 채운 철망더미들을 평평하게 깔아 마치 운동장 바닥처럼 살벌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백운대와 우이동 유원지쪽에서 흘러내려온 두 갈래 물길이 만나 흐르다 중랑천으로 유입되는 우이천은 서울의 몇 안되는 청량계곡 중 하나.

그러나 공사를 한 쌍문동 덕성여대 정문 위쪽 60여m 구간에서 물길은 끊어지고 말았다. 1m쯤 두께의 돌망태 아래로 흐르면서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물장구치고 물고기를 잡으며 놀던 곳인데…. "

부근 백운초등학교에 다닌다는 김창민군과 친구들은 "이제 여름에 놀 곳을 잃어버렸으니 다른 동네로 이사가고 싶다"고 말했다.이 아이들이 멱을 감던 이 곳에는 대신 비닐봉지와 온갖 잡동사니가 돌망태에 잔뜩 걸려 쓰레기 더미를 이루고 있다.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에는 녹조류와 이끼가 두텁게 자라나 있다.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흉물스런 죽은 하천이 돼버린 것.

공사 구간을 막 벗어난 하류에는 아직도 바닥이 투명하게 보이는 맑은 물 속에 작은 물고기들이 놀고 있다. 하지만 돌망태 때문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우기(雨期)에 급류로 하천 바닥이 파이고 주변 구조물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3천5백만원을 들인 공사였다"는 것이 도봉구청측의 설명이다. 토목하수과 관계자는 "돌망태 공법은 서울시에서도 추천하는 환경친화적 공법"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놓아 급류의 유속이 오히려 빨라질 수 있다는 점 만은 인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제의 이 공법이 물고기 비늘을 다치게 하고 쓰레기가 걸려 미관을 해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이천과 같은 도시하천, 특히 하천의 바닥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이삼희(李參熙)박사의 말이다. 구청측이 공사를 하면서 이런 환경전문가에게 전혀 자문을 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구청측 말과는 달리 서울시측은 14일 "문제의 공법을 추천한 적이 없다"고 해명을 했다.오히려 "경사가 심한 곳에는 돌망태 공법을 쓸 수 있지만 서울과 같은 도시하천에는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시 치수과 관계자의 말이다.

논란이 이는 가운데 마을 주부들이 중심이 된 '북한산을 사랑하는 주부 모임'은 훼손된 우이천과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구청과 수개월째 맞서고 있다. 전순란(全順蘭·52)씨 등 주부 모임 회원 50여명은 지난 8일 서울시에 '잘못된 예산 집행'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고 원상회복도 함께 요구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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