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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空約'에 등돌리는 민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요즘 독일에서 한창 뜨고 있는 노래가 있다. 이름하여 '슈토이어송(Steuersong)', 우리말로 '세금노래'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성대 모사로 유명한 엘마 브란트가 현재 전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케첩송'의 멜로디에 맞춰 부른 이 노래는 발매 전에 이미 13만장이 예약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난 너희들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 돈을 원해. 개(犬)세·담배세·자동차세·환경세, 더 없을 것 같애? 음료수세로 맥주값을 올렸지만 부족해. 너도 오늘 약속하고 내일 깨면 돼…난 너희들 돈, 지폐건 돼지저금통 속 동전이건 깡그리 거둘 거야…너희들 주머니 깊숙이 뒤져서 찾아내고 말거야…."

슈뢰더가 총선이 끝난 지 불과 두달 만에 공약(公約)을 깨고 각종 세금을 마구 인상하자 이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특히 슈뢰더 인형이 무차별 세금을 거둬들이고 헌법(기본법)까지 변기통에 집어넣는 이 노래의 비디오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노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독일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슈뢰더는 유세 당시 "세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누누이 공약했다.

그러나 그는 재집권에 성공하자마자 보란듯이 이를 깨버렸다. 물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로 유럽연합(EU)에 벌금까지 물게 생긴 판이니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공약을 믿고 그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이 때문에 그나 집권당의 인기는 집권 2기 적녹연정이 출범한 지 20일밖에 안됐는데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13일 포르자 여론조사 결과 지난 총선 때 38.5%를 기록했던 사민당의 지지율은 32%로 떨어졌다. 반면 사민당과 같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연정 파트너(자민당)의 부진으로 집권에 실패한 기민·기사당의 지지율은 46%로 치솟았다.

슈토이어송은 계속된다.

"…난 세금을 더 올릴 거야. 당선된 건 당선된 거야. 너희들은 날 쫓아낼 수가 없어. 민주주의가 끝내주는 게 바로 이거거든…."

곧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노래가 유행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를 막는 방법은 단 하나, 쉽진 않겠지만 공약을 깰 후보를 뽑지 않는 것이다.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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