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알면 음악이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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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5면

'피타고라스의 정리' 덕분에 초등학생도 잘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기원 전 569∼475년)가 '모든 자연 현상의 근원은 수학적'이라며 처음으로 음계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문 편이다. 피타고라스는 "잘 어울리는 화음은 진동수의 비가 작은 자연수의 비로 나타난다"며 음계를 만들었다. 예를 들면 '도'와 '솔','도'와 '파'의 진동수의 비가 각각 2대3,3대4처럼 간단한 자연수의 비로 나타난다는 식이다. 이 음계는 바흐와 베르크마이스터 등에 의해 평균율 음계로 발전됐다.

프랑스의 수학자 푸리에(1768∼1830년)는 현대 수학과 그 응용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푸리에 해석학을 창시,주파수 별로 음성의 성분을 분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태양광선이 프리즘에 의해 서로 다른 주파수를 가진 무지개 색깔로 분해되듯이, 음악이 나올 때 오디오 기기의 이퀄라이저에서 오르내리는 막대 신호는 그 주파수 대역으로 분해할 때 생긴 사인·코사인 함수의 계수와 관련지을 수 있다. 최근에는 이 이론이 지붕이 높지 않아도 소리가 잘 퍼져나가 음질을 좋게 할 수 있는 음악당 천장 설계, 오디오 광(狂)의 음향기기 반향판 제작에도 쓰이고 있다.

194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수학자였던 섀넌은 푸리에 이론을 간단하게 응용해 '섀넌 샘플링 정리'를 만들었다. 인간은 주파수 대역이 20∼2만㎐인 음성신호만 들을 수 있는데 이처럼 주파수 대역이 제한된 신호는 정수점에서의 값만 알면 전체 신호를 알 수 있다는 정리다. 따라서 CD에 음악을 녹음하거나 전화 혹은 통신으로 음성·비디오 신호를 보낼 때 정수점에서의 디지털 값만 보내면 이를 받아 샘플링 정리를 실현하는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에 의해 찌그러짐 없이 원래 신호를 복원할 수 있다. 이 간단한 정리 하나가 음악·영상 산업과 정보통신의 혁명을 가지고 온 것이다.

2백년 전의 푸리에는 자신의 수학적 업적들이 인류에게 이런 편리와 유용성을 주리라고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순수 수학 이론도 음악과 과학 기술에 적용되면 우리 생활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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