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콘텐츠 사업 애쓴 만큼 보람도 크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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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아리수미디어 이건범(37·사진) 사장의 첫 인상은 '단아하다'는 것이다. 작은 체구에 말투도 조용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대단한 뚝심이 있다. 남들 다 손들고 나간 교육용 멀티미디어 타이틀 시장에서 8년째 한우물을 파며 꿈을 일구고 있다.

아리수는 올해 큰 히트상품을 냈다.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유아용 온라인 한글교육 사이트인 '아리수한글'(www.arisu.co.kr)이다.

서울대 심리학과 지각연구실과 함께 2년여동안 땀흘려 개발한 아리수한글은 연회비가 39만6천원이나 된다. 24권의 교재와 퍼즐 등 각종 교구가 포함돼 있다 해도 만만찮은 가격이다. 하지만 벌써 입소문을 전해 들은 2천여명이 회원에 가입했다.

이 사장은 "단순히 한글만 배우는 사이트가 아니라 각종 교구를 만지고 직접 해 봄으로써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게 히트한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교재가 멀티미디어 타이틀이나 온라인 콘텐츠라고 생각해 개발을 시작했다"며 "아직 시장이 작아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받았지만 새 길을 개척한다는 각오로 아리수한글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상품 개발을 위해 지난 2년여간 무리를 하는 바람에 선천적으로 망막이 약했던 이 사장은 시력을 거의 잃었다. 교정시력이 0.04에 불과하다. 책도 읽을 수 없다.

"눈이 나빠졌지만 창업 때부터 동고동락한 직원들이 도와줘 불편하지 않아요. 보고서를 만들어 직접 읽어주고, 결재 때마다 자세히 설명을 하니 오히려 의사소통이 더 잘 되더군요."

이 사장이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뒤 교육사업이 좋아 전셋돈 5천만원을 빼내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경쟁업체가 70여개나 됐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자 대부분 게임 등 돈이 되는 분야로 눈을 돌렸다.

"교육용 콘텐츠 사업은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없는 분야예요. 저희는 수십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탑을 쌓아갈 겁니다."

그는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수학교육 사이트를 개발 중이며 영어교육 사이트에도 도전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닦은 기술과 콘텐츠를 활용해 수준높은 교육방송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yoo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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