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e북 불법복제 ‘작신’을 공개 수배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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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현상금 100만원을 걸고 ‘작신’을 수배합니다.”

작신은 ‘신작’을 거꾸로 한 말이다. 새로 출간된 전자책(e북)을 불법 복제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이를 뜻한다. 방을 붙인 사람은 한국대중문학작가협회 소속 작가들이다. 무협·판타지·로맨스 소설 작가 90여 명이 모인 이 협회는 지난 6월 협회 홈페이지에 이런 공고문을 처음 올렸다. 최근엔 출판사들까지 동참한 ‘작신 잡기 제3탄’을 개시했다. 회원들은 조를 짜서 문제가 되는 인터넷 사이트들을 1인당 두 시간씩 24시간 감시한다.

작신들은 2008년부터 일주일에 10~30권씩 지금까지 1000여 권의 신작 무협 판타지 소설 디지털 콘텐트를 불법 복제해 ‘맨살클럽’ ‘클럽보스’ 등 파일공유 사이트에 올렸다. 이 기간 중 출간된 무협 판타지 소설의 3분의 1이 넘는 분량이다. e북의 정상가격은 권당 2000~3000원인데 이런 사이트에서는 단돈 10원에 판다. 신작이 나오자마자 거의 공짜로 볼 수 있으니 소비자들은 제 값 내고 책을 사지 않는다. 작가 금강은 “불법복제 때문에 무협 판타지 소설이 고사 직전이다. e북이 널리 확산되기 전에 불법복제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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