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민간기업인 목소리 커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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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홍콩=이양수 특파원] 중국의 민간 기업인들이 '자본가의 공산당 입당'붐을 타고 사유재산권 보호와 함께 외국 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大)에 참석 중인 천원룽(沈文榮) 사강(沙鋼)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16大 장쑤(江蘇)성 대표단 회의에서 "외국 기업들은 조세 감면에다 지방정부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고 있다"며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과 출발선이 다른 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포브스지(誌)로부터 1억5천만달러(약 1천9백억원)의 재산을 가진 것으로 평가돼 '중국의 1백대 부호' 중 37위에 꼽힌 대표적인 '붉은 자본가'.

沈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사유재산권을 법으로 보장해야 민간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말했다.

16大의 장쑤성 대표인 위안둥(遠東)그룹의 장시페이(蔣錫培)회장 역시 사유재산 보호 입법을 주장한 뒤 "중국의 세율이 높아 민간 기업에 불리하다"며 "기업에 대한 증치세(增値稅)를 낮춰야 한다"고 동조했다.

이들은 그동안 중국 정부가 조세·토지 사용·은행 대출·수출입 등 다방면에서 외국 기업이나 국유 기업을 우대하고, 출판·금융·보험 분야에 민간 기업의 진입을 허용치 않는 등 차별 대우를 해온 데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인들의 제도 개혁 요구가 16大를 계기로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본다.

민간 기업 수가 이미 2백3만개에 이른데다 민간 기업인 36만명이 공산당에 입당해 이번 16大 주석단(총 2백36명)에 역사상 가장 많은 17명이나 진출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적극적인 수용 자세를 보이고 있다. 쩡페이옌(曾培炎)국가발전계획위 주임은 이날 "신용과 실력을 갖춘 민간 기업들에 대해 채권 발행을 대폭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도 지난 8일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농민들의 토지사용권 임대·매매 허용▶국유 기업들의 부분적인 대출 금리 자유화▶상품·노동력·자본의 자유 이동 확대▶벤처 캐피털에 대한 규제 완화 등을 계획 중이다.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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