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에서 만난 친절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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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친구와 기차여행을 하기로 했다. 밤 기차가 낭만적일 것 같아 오후 11시에 출발하는 충주행 기차를 탔다. 들뜬 마음에 세부적인 계획을 세우지도 않은 채 충주에 도착하니 오전 4시였다.

역 대합실에서 오전 6시까지 마냥 기다리다 '충주호에 가면 문을 연 커피숍이 있겠지'하는 생각이 들어 청풍문화재 단지로 갔다. 오전 7시30분쯤 도착했지만 예상과 달리 문을 연 가게는 없었고, 배도 10시30분에나 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웠다. 캔커피 하나로 손을 녹이며 추위에 떨던 우리는 망설임 끝에 매표소로 갔다. 두 분의 공무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너무 추워서 몸을 좀 녹였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얼른 들어오라며 흔쾌히 맞아주었다. 따뜻한 히터 앞에 앉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한 사람이 커피를 주며 "아가씨들이 떠는 걸 보고 먼저 들어오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못했다"고 했다.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몸을 녹인 우리는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왔다. 돌아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친절한 공무원들이었다. 부패한 공무원, 불친절한 공무원 같은 말에 익숙해 있던 나에겐 그분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ID:xxx0901·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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