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가 최우선이다] <메인>일자리다운 일자리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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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실업, 실업 하면서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뭘 했는지 모르겠다."

미.영 등 선진국에선 일자리를 몇 개 만들었는가가 대통령선거는 물론 지자체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한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일자리(job)다.

미국 백악관의 홈페이지는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었는지 그 수치를 늘 올려놓고 있다. 당연히 모든 정책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제야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들고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제도와 정책이 아직도 일자리 위주로 안돼 있다.

고용친화적으로 경제성장을 하겠다고 하지만 일자리 만들기의 주역인 기업들이 과연 투자와 구조조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는가. 정부는 연 5%대 경제성장을 실현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한다. 과연 그것으로 노동시장의 양극화나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자리 창출 정책이 정부 씀씀이를 늘려 성장률을 보태는 기존의 성장정책과 차별화되지 않아 그 효과는 미지수다. 노동시장에서 사람(정리해고)과 일(직무 재배치), 돈(임금)의 조정이 물 흐르듯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동력을 키우는 것만으론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기 힘들다.

사유재산권을 위협할 정도로 팽배한 반시장 정서도 기업의 일자리 창출에 큰 장애물이다. 외국인투자를 끌어들여 일자리로 연결시켜야 하지만 외국인이 보기에는 외자 배격 심리와 낙후된 채권.주식시장은 여전하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종의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무턱대고 지원하다 보니 출혈경쟁만 부추겨 창업과 도태를 되풀이한다.

일자리 창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런 환경을 확 바꾸지 않으면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경제주름을 펴지 못하고 있는 유럽국가의 전철을 밟을 것이 뻔하다. 실제로 저들이 겪었던 저성장, 고실업에 유가상승과 저달러 현상이 겹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5년 후인 2010년에는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전 인구의 10%를 넘고, 이미 열명 중 한명꼴을 넘어선 절대빈곤층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은 일자리가 걱정이지만 그때 가선 사람들이 오래도록 일하면서 더 많이 벌어야 하는 더 큰 걱정이 생긴다. 그래서 일자리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동시에 미래진행형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일자리의 양을 늘리면서 동시에 일자리의 질도 높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화두는 '고용 없는 성장'이었으나 올해엔 '고용 없는 정체(비관론)'냐 '고용 담은 성장(낙관론)'이냐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올해 5% 경제성장률로 40만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이고, 과연 5%가 가능하겠느냐, 설사 그렇게 된다 해도 고용이 그만큼 늘겠느냐는 게 전문가들의 의문이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앞으로 경제허리를 맡을 청소년층에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가다.

중앙일보 조사 결과 최근 일자리 난으로 가장 타격받는 연령계층이 청소년층(15~29세)이며, 그 다음이 중장년층(40~50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압도적으로 많다.

양수길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포럼대표는 "지금은 모든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창출에 맞추고 이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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