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비자' 이것뿐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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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적지 않은 중국 동포가 뇌물을 주고 입국사증(비자)을 발급받거나, 허위 출생신고 등을 통해 호적을 취득했음이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 이는 국가 조직과 관리체계가 얼마나 문란해졌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이런 부정·비리의 원천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직자의 일탈 행위를 막는 공직 기강의 쇄신이다.

우선 비자 발급 업무를 관장하는 법무부와 단기비자 발급을 위임받은 외교부가 영사 업무자들에 대한 공복으로서의 복무 교육과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출입국 관리를 오랫동안 담당해 온 법무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을 비자 업무가 폭주하는 중국 등 해외 공관에 파견해 영사 업무를 담당토록 한 것은 비자 업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전문가 중 일부가 브로커와 결탁해 비자를 부정하게 발급해 왔다는 것은 공직 기강의 현주소를 방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런 비리가 이번에 적발된 사건에만 국한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한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비자를 얻으려는 사람은 비단 중국 동포뿐만이 아니다. 개도국 여러나라 국민이 줄을 서있고, 국내외 브로커들이 준동한다는 소문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다수의 중국 동포는 물론 중국인 등 제3국인까지 브로커들에게 거액을 주고 비자를 받아왔기 때문에 그 돈을 벌충하기 위해선 불법 체류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현실이다.

비자 브로커들을 이용하는 것은 정상적으로 비자를 얻기가 힘들거나, 빨리 비자를 얻기 위한 방편이다. 브로커와 비자 발급자들 간 유착관계의 개연성을 시사하는 대목인데 당국이 이를 눈 감아 주고 있었다는 말밖에 안된다. 이번 사건은 당국이 그런 정황을 알고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음을 단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고쳐야 할 제도가 있다면 그것도 고쳐야 하지만 무엇보다 공직 사회의 나사 빠진 상하 조직을 쇄신하는 일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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