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不法통과' 한술 더 뜬 변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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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일 국회 홈페이지엔 의원들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의결 정족수 미달 상태에서 법안을 무더기로 처리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의원들도 무노동 무임금이어야 한다"에서부터 "인터넷 표결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이 직접 법안을 처리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법안들에 대한 불법처리 시비보다 국민을 흥분케 한 것은 국회의 궁색한 변명이었다.

국회 사무처는 "회의장 주변의 휴게실이나 복도에 있는 의원들을 합치면 의결 정족수를 넘었다"고 해명했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의원들까지 포함된다는 주장이다. 그게 관행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회법은 분명히 다르다. 국회법 제111조 1항은 '회의장에 없는 의원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디에도 '복도나 휴게실을 회의장에 포함시킨다'는 조항은 없다.

게다가 국회법은 안건에 이의(異意)를 반드시 묻도록 하고 있다.

도대체 회의장 바깥의 의원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지에 국회는 설명이 없다.

국회의 '적법'주장은 또 다른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3월 '의장은 안건을 의장석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을 새로 국회법에 넣었다. 의장이 회의장 복도나 방청석에서 기습적으로 안건을 날치기하던 관행을 뿌리뽑겠다는 취지다. 회의장 주변의 의원들이 정족수에 포함되면 본회의장에 의장만 들어와도 날치기가 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정족수 미달 땐 의원 명단을 공개하겠다"는 박관용 의장의 대책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미 자행된 '불법'마저 덮을 수는 없다. 의원들도 "의장이 결단을 내려 법안을 다시 통과시켜야 한다"(민주당 趙舜衡의원)는 주장이다.

더구나 "복도에 있는 의원들로 정족수가 채워졌다"는 주장마저 목격자들에 의해 거짓으로 드러나는 상황이다.

국회는 진정한 개혁 의지가 과연 있는지 시험받고 있다.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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