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인사검증처, 부방위 권력화 우려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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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부패방지위원회가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까지 맡게 될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연두회견에서 그 같은 구상을 밝혔다. 실현될 경우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의 범죄행위 수사를 관장하는 공직부패수사처(공수처)를 손에 넣은 부방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수행해온 공직자의 인사검증 기능까지 거머쥐는 셈이다.

이미 공수처가 부방위 소속으로 간 것도 집행기능을 가진 사정기관이 대통령 소속 정책기관의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인사검증의 기능까지 부방위에 간다면 고위 공직자의 충원에서부터 퇴출에 이르는 전 과정에 부방위의 영향력이 미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인사검증을 철저히 하려는 대통령의 취지는 이해가 된다. 교육부총리 인사파문은 인사시스템상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한나라당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부방위가 인사검증 기능을 갖게 되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기관이 될 것"이라며 "부방위에 이런 절대권력을 부여한다면 제 아무리 부방위라도 절대권력의 부패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제도의 신설보다는 기존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어차피 부방위가 인사검증 기능을 맡게 된다 해도 기본적으론 경찰이나 국정원 등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민정수석실도 지금까지 그런 식으로 해왔다. 교육부총리 인사파문도 결국은 판단의 문제였다. 당사자의 과거 문제를 몰랐던 게 아니라 본인의 과거문제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예단했고 그러다 보니 가족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개인의 문제보다 정책수행능력만 봤던 거다. 무슨 일이 잘못될 경우 그 대책으로 흔히 새 기구를 만든다. 새 기구는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작은 정부 정신과 배치된다. 또 무리를 하면서까지 권력에 권력을 얹어줘 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 권력의 집중이 가져오는 효율보다 부작용을 우려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