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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문화읽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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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2면

20세기 최고의 복서 무하마드 알리는 지난 10월 21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캐나다 풋볼 리그 경기에 참석했다. 그는 파킨슨병 연구 기금 마련을 위해 레녹스 루이스·래리 홈스·에반더 홀리필드 등 동료 권투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했다.

경기 시작 전 2만5천명의 관객은 "알리!알리!"를 연호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파킨슨병은 신이 부여한 시련이지만 쇠약해지더라도 약 먹는 것을 결코 포기해선 안된다며 환자들을 격려했다. 그도 질병으로 인해 눈에 띄게 몸을 흔들고 발음도 많이 나빠졌지만 삶에 대한 의지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년간 가장 힘겨운 싸움 상대가 누구였느냐는 질문에 동료 복서나 파킨슨병을 꼽지 않고 '첫번째 부인'이라면서 특유의 재치를 발휘하기도 했다.

도파민 부족으로 인해 근육 경직을 일으키는 신경장애인 파킨슨병은 1817년 영국인 의사 제임스 파킨슨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다. 치매나 중풍과 유사한 인지기능 장애를 보이며 무엇보다 몸을 마음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증상이 있다. 손을 심하게 떤다거나 멈춘 상태에서 잘 움직이지 못한다.

파킨슨병에 대한 연구는 지난 10년 사이 엄청난 연구비가 지원된 덕분에 많은 진척이 있었다. 신경과학자들은 10년 내로 완쾌 가능한 치료방법이 개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킨슨병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연구가 급진전을 이룬 데는 알리나 마이클 제이 폭스 같은 유명인사들이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 공이 크다. 마이클 제이 폭스는 이미 미 의회 증언을 통해 파킨슨병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을 늘려달라고 호소한 바 있으며, 그 덕분에 이 질병 연구를 위한 기금은 지난 5년 동안 행정부가 요청한 것보다 20억달러나 초과 책정되었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파킨슨병뿐만 아니라 난치병 연구에서 유명 인사들의 홍보와 연구비 지원 호소 등의 노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에이즈 연구의 중요성을 지금처럼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며, 전 미국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이 아니었다면 알츠하이머 연구가 지금처럼 급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처럼 많은 사람이 난치병을 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고 연구비도 턱없이 모자란다. 난치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유명인사의 호소가 없더라도 꾸준히 지속돼야 하며 질병 치료를 위한 연구비도 더욱 증대돼야 한다. 우리가 파킨슨병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하마드 알리가 걸린 병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 수백만 환자를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jsjeong@complex.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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