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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디자인숍·저작권·교육기관 운영… 화랑가 미술사업 '여백 칠하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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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 주요 화랑들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미술품 전시와 판매에 주력해 왔던 화랑들은 전시장 시설 일부를 활용해 카페나 레스토랑을 여는 등 요식업에 진출한 데 이어 경매·디자인숍·미술저작권 관리·미술교육기관 운영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은 80∼90년대에 주요 화랑으로 손꼽히던 가나·선·현대화랑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체 건물을 지어 서울 사간동과 평창동 등지로 떠났던 화랑들이 다시 인사동에 뿌리를 내리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사간동에 본점이 있는 갤러리 현대(대표 박명자)는 지난 1일 관훈동 옛 '동문당' 자리에 디자인 아트숍인 '두아트(doART)'를 개관했다.

박명자씨의 둘째 아들인 도형태씨가 대표를 맡은 '두아트'는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디자인·아트상품 판매와 젊은 디자이너와 작가들의 전시를 해나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갤러리 현대 국제기획부에서 해오던 미술저작권 관리업을 자회사인 ㈜두아트로 분리해 이상범·변관식·도상봉·오지호·백남준·유영국·서세옥·박서보 등 60여명 작가들의 저작권을 관리한다.

현대는 또 서울 도곡동 타워 팰리스 안에 '갤러리 현대 플러스'를 내 강남 지역 미술애호가들을 현지에서 직접 만나겠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9월 재건축에 들어간 인사동 선화랑(대표 김창실)은 1977년 지었던 1층짜리 건물을 지하 1층 지상 4층으로 크게 키워 내년 5월 다시 문을 연다. 지하 1층에 공연장, 지상 1층에 아트숍을 만드는 외에 교육 프로그램인 '선 아카데미'를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 일시 간행을 중단한 '선미술'을 복간해 미술잡지 발행도 기획중이다.

건축가 조용식씨가 리노베이션을 맡은 건물은 거리로 향한 벽면을 유리로 해 행인들이 전시작을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건축물로도 화제가 될 듯하다.

평창동에 가나아트센터, 인사동에 인사아트센터와 가나아트숍·가나아트 스페이스를 두고 있는 가나화랑(대표 이호재)은 세 화랑 가운데 가장 늦게 화랑업에 뛰어들었으면서도 다양하게 사업들을 펼쳐가고 있다.

㈜서울옥션을 세워 국내에 경매업을 뿌리내리는 작업을 시작했고, 미술품 담보대출 길도 열었다. 저작권 일에도 일찍 눈을 떠 ㈜가나아트갤러리(대표 이옥경)가 97년부터 김병종·박대성·오수환·이왈종·황규태씨 등 2백 여명 작가들을 관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해외 지점 격인 '갤러리 파리 보부르'를 열어 국내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시도한 것도 화랑 경영 차원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꼽힌다.

일반인을 위한 미술강좌인 '가나아카데미'를 열어온 가나는 12월 2일부터 미술대학을 나온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작가 성장 교육기관인 '에꼴 드 가나'를 개설해 이 분야에도 첫 발걸음을 떼는 셈이 됐다.

중견 작가들인 고영훈·사석원·임옥상씨가 각기 10명 안팎 작가들을 받아 아틀리에에서 수업하게 될 제1기 가나 조형 아카데미는 매주 한 번 4학기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수자에게는 프로젝트 전시 기회가 주어지고 프랑스 연수 특전도 따른다.

미술자료 전문가인 김달진(김달진미술연구소 대표)씨는 "80년대 후반 미술시장 활황으로 몸집을 키웠던 화랑들이 구제금융기에 차갑게 얼어붙은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나서 미술품 매매에만 매달려서는 안되겠다는 교훈을 얻은 것이 이런 사업 다각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메이저 화랑들이 앞서 일군 경영 방침은 앞으로 한국 화랑업계가 다변화하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숙 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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