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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예멘서 알 카에다車 폭격 국제법 위반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4일 예멘에서 무인 비행기를 이용해 알 카에다 고위 간부 등 6명을 미사일로 표적 살해한 사건을 놓고 국제법적으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논란의 핵심은 미국이 대(對)테러 전쟁을 명분으로 전쟁 중이 아닌 평시에, 그것도 남의 나라 영토에서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공작을 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신문은 '미국, 법적 회색지대 진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국이 자국이익 실현을 위해 종전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전술을 동원함에 따라 국제법상 모호한 영역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유엔 회원국들이 1945년 합의한 유엔헌장에는 회원국은 전쟁 중이 아닌 국가의 내부 문제에 개입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따라서 민간인 복장을 한 알 카에다 간부들을 미사일로 공격해 폭사시킨 행위는 국제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하지만 유엔헌장 상의 전쟁 개념을 넓게 해석할 경우 미국은 9·11 테러 이후 국가가 아닌 테러집단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왔다는 점에서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게다가 정작 예멘 정부가 CIA의 공격에 사전 동의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함에 따라 국제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가 유력하다.

로버트 K 골드먼 아메리칸대 국제법교수는 "알 카에다 용의자들은 언제든지 공격을 해올 수 있는 전투원"이라며 "이번 공격은 암살이 아니며, 미국의 자기방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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