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닛산, 예상보다 높은 인수 가격에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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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서 르노-닛산이 불참하기로 결정한 것은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는 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변제해야 할 금액이 7400억원이고, 이를 일시불로 변제할 경우에도 6000억원은 써내야 한다. 인수가격이 6000억원 밑으로 떨어질 경우 나머지 돈은 부채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르노-닛산이 부산 공장의 생산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쌍용차를 인수했을 경우 나타날 이 지역의 반감도 부담이 됐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르노-닛산 관계자는 인수 불참에 대해 “결국 돈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일본 닛산 본사 차원에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적정 인수 가격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 인수 이후 정상화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자금을 감안하면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증설하는 등 다른 방식의 투자를 진행하는 편이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부산공장 생산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를 가시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써 쌍용차 인수전은 인도의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그룹과 인도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루이아그룹, 영안모자의 3파전으로 압축됐다. 강력한 인수 후보로 부상한 마힌드라는 인수전 초반부터 삼성증권과 유럽계 로스차일드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 회사는 쌍용차 인수를 발판으로 미국 등 선진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의 해외 판매망에도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마힌드라는 실사 과정에서 파완 고엔카 사장 등 20여 명에 달하는 대규모 실사단을 파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 안전테스트를 통과하고, 유럽의 배출가스 규제인 유로5를 만족시킬 수 있는 쌍용차의 디젤 엔진에 특히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힌드라는 4억8000만 달러(5600억원)를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루이아는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정도로 인수에 적극적이고, 옛 대우자동차로부터 버스 부문을 인수한 영안모자는 쌍용차를 인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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