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표적 1호' 플로리다 주지사 '동생 부시' 보란듯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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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스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플로리다 주지사다. 민주당은 2000년 대선 당시 악몽의 개표 파동 현장인 플로리다에서 '동생을 무너뜨려 형의 재선 가도에 타격을 입힌다'는 전략으로 젭 부시를 '표적 1호'로 삼았었다.

민주당은 변호사 출신 맥 브라이드 후보가 경선에서 재닛 리노 전 법무장관을 꺾은 후 상승세를 타 설욕전의 희망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젭 부시는 56% 대 43%로 여유있게 브라이드를 따돌렸다.

부시 가문은 축제 분위기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에서 축하 집회를 열었다. 형 부시 대통령은 "거대한 승리"라고 말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대변인이 전했다.

2000년 대선 파동 때 젭 부시 지사 밑에서 주 국무장관을 지내며 앨 고어 후보의 재개표 요청을 계속 거부, 부시 대통령 당선에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던 캐서린 해리스는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가 물리친 상대 잔 슈나이더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친구기도 해 민주당의 속은 더욱 쓰리게 됐다.

공화당은 또 하나의 스타를 배출했다. 1996년 클린턴 대통령에게 도전했던 밥 도울 전 대통령후보의 부인 엘리자베스 도울이 은퇴한 공화당 강경파 제시 헬름스의 뒤를 이어 노스 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된 것이다.

그녀는 부시 가문이 존경하는 도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엔 교통장관을,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 때는 노동장관을 지냈다. 공화당에 그녀의 승리는 2년 전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가 뉴욕주 상원의원에 당선된 것에 버금가는 기쁨이다. 그녀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어스킨 볼스를 눌렀다.

텍사스주에선 지사(릭 페리)와 상원의원(존 코닌)을 공화당이 휩쓸어 이곳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부시 대통령에겐 경사가 겹쳤다.

부시가(家)의 영광과 달리 민주당의 명가 케네디 가문은 고배를 삼켰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딸 캐슬린 케네디 타운센드 메릴랜드 부지사는 지사에 도전했으나 백인을 러닝메이트로 지명, 흑인의 지지를 잃는 바람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의 아들 패트릭 케네디는 로드아일랜드 주 하원의원에 무난히 재선될 전망이다.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폴 웰스턴 상원의원의 뒤를 이어 '노인 정치'의 화제를 일으키며 약진했던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74·미네소타) 전 부통령도 놈 콜먼 공화당 후보에게 역부족이었다. 9·11 테러 때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시장과 함께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 유권자의 신뢰를 샀던 조지 파타키 뉴욕 지사는 무난히 당선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jinji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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