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이 왜 바른쪽인가 왼손잡이 불만 등 배려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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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5일자 7면 '시가 있는 아침'난을 읽었다. 함민복 시인의 시 '선천성 그리움'에 대한 김광규 시인의 해설에서 다소 거슬리는 표현을 발견했다. 평소 金시인을 존경하던 터라 더욱 아쉬웠다. 金시인은 해설에서 '거울 앞에서 왼손을 들면, 거울 속의 나는 바른손을 든다''거울 속의 내 심장은 바른쪽에서 뛴다''왼쪽과 바른쪽, 좌와 우를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단절하지 말자'등 짧은 글 속에서 세번이나 '바른쪽'이라는 표현을 썼다. 아마도 金시인은 오른쪽이라는 말 대신 바른쪽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그런데 바른쪽이라는 표현에는 '바르다'라는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다. 오른쪽이 바른 편이라면 왼쪽은 그른 편인가. 언어를 생명으로 여기는 시인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지 굉장히 실망스럽다. 오른쪽을 바른쪽이라고 부르게 된 어원이 있겠지만, 왼손잡이들의 불편한 마음, 좌·우 이념의 대립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이러한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시인이라면 더욱 그러한 표현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신기혜·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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