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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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끊임없이 꿈꾸고 있는 모든

사물들 속에 노래가 잠들고 있어,

그대가 마술의 말만 적중시키면,

세계는 노래 부르기 시작한다.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1788∼1857)'단시' 전문

우리는 누구나 '마술의 말'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바로 우리의 성명이다. 이름은 자기가 지니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붙여준 일종의 기호다. 그 이름을 누구나 자기자신과 동일시하고, 자기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때로는 목숨을 걸기도 한다. 심지어 동물들 가운데도 자기의 이름을 알아듣는 종류가 있다. "누렁아!"하고 부르면 다른 개들은 가만히 있는데, '누렁이'만 돌아보며 꼬리를 흔들지 않는가. 별명도 마찬가지다. '고물상'이란 별명을 가진 교사는 학생들이 그렇게 부르면 펄펄 뛰며 화를 낸다. 회사나 정당처럼 인위적으로 결성된 단체나 법인의 경우도 그 고객이나 유권자에게 이름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

김 광 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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