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후보'답례'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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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대통령후보가 5일 덕담을 많이 들었다. 부친상 조문에 대한 답례 인사차 전·현직 대통령, 종교계 인사들과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하면서다.

李후보는 아침 옥인동 자택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감사 전화를 했다. 金대통령은 "직접 가서 조문하는 게 예의인데 그렇게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또 李후보가 "돌아가시고 나니 효를 못한 게 못내 아쉽고 후회된다"고 하자 金대통령은 "李후보는 세상이 다 아는 효자"라고 했다.

李후보는 곧이어 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방문했다. 金전대통령은 "사람이 다 가야 할 길이지만 자식으로선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위로하면서 "나도 웬만하면 (조문)가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金전대통령은 당시 일본 체류 중이었다. 李후보는 金전대통령이 "아침마다 마산의 부친께 전화를 드린다"고 말하자, "대한민국 효자 대통령"이라고 했다. 둘은 측근을 물리치고 15분간 얘기했다. 이후 金전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대문 밖으로까지 배웅 나와 李후보의 차가 떠나는 것을 지켜봤다.

둘의 대화 내용에 대해 권철현(權哲賢)후보비서실장은 "조문에 대한 답례 차원의 만남일뿐"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 모두에선 관계 개선의 징후가 뚜렷하단 말이 나왔다.

李후보는 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에선 "돌아가신 분에게는 서운할 말인지 모르지만 돌아가신 게 李후보나 나라에 좋은 일이 있게 하기 위해서란 얘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은 "아버님이 가시면서 큰 일 한 거다. 사람들을 많이 당신께로 모이도록 하셨으니…"라고 했다. 李후보는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正大)스님도 만났다.

정대 스님은 "두달만 더 계셨으면 좋은 일을 보셨을 텐데 아쉽다"며 "좋은 세상이 오면 모든 일을 용서해 동서·계층을 화합시켜달라"고 말했다고 남경필 대변인이 전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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