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kg 아기엄마, 살빼고 '슈퍼모델'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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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모델'이다. 예쁘게, 우아하게, 맵시있게 걸을수록 수입도 늘어난다. 오는 10월 SBS 슈퍼모델 본선대회를 앞둔 '모델 고시생'들의 연습장을 찾았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슈퍼모델 '대장정'에는 무려 1400여명이 참가했다. 두 차례의 예선을 거쳐 현재 남은 인원은 36명. 본선을 앞둔 이들의 연습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하루종일 하이힐을 신고 '워킹'연습을 하다보면 두 발이 비명을 지른다. 발바닥과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발톱이 갈라지는 일도 다반사다.

슈퍼모델 본선진출한 이임주씨

본선 진출자 36명 중 유일한 아기엄마인 이임주(24·172cm)씨. 14개월된 예쁜 딸을 둔 그녀는 살인적인 체중 감량 끝에 슈퍼모델에 도전했다.

“출산 후 70kg이 넘으면서 우울증이 찾아왔어요. 자신감을 찾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죠. 1년동안 25kg을 빼고 용기를 내서 슈퍼모델에 지원했습니다."

연극영화과 출신인 이씨는 뮤지컬 배우를 꿈꿔왔다. 그러던 어느날 패션쇼를 보다가 '워킹'만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모델의 매력에 빠졌다고 말했다.

"수영, 요가, 재즈댄스 등 살빼는 데 도움이 되는 운동은 전부 해봤어요. 아기를 키우는 일도 다이어트에 큰 도움이 됐죠. 잠도 부족하고 제때 먹지도 못했으니까요."

'쿨한' 시어머니와 자상한 남편도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이씨의 슈퍼모델 도전에 지원군으로 나섰다. 이씨는 '애 엄마가 무슨 모델이냐'고 수근대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편견일 뿐'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김사라(23·177cm)씨는 해마다 6월(예선)이 되면 몸이 근질거리는 '슈퍼모델 중독자'다. 그녀는 무려 4전5기 끝에 슈퍼모델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다. 김씨는 장애인임에도 자신을 위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 해준 어머니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시집 갈 밑천'이라며 그동안 저축해둔 500만원을 쥐어주셨지요. 본선 진출 발표가 나던 날, 엄마를 안고 펑펑 울었어요."

어렵게 이룬 꿈이기에 그녀는 본선진출자들과 합숙을 하며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해외파도 있다. 김유지(19·174cm)씨는 호주 국립대학 법학과 1년생이다. 아이큐 147의 수재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등 4개국어에 능통하다. 지금껏 공부밖에 몰랐던 그녀에게 슈퍼모델은 즐거운 경험이다. 김씨는 슈퍼모델 출전을 위해 지난 해 12월 가족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학교는 휴학을 한 상태로 본선이 열리는 10월까지 한국에 머물 예정이다.

슈퍼모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모델 아카데미 ‘DCM’의 노선미 원장은 “슈퍼모델 선발대회는 말 그대로 ‘경쟁’입니다. 모델을 흔히 오디션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주는게 우리 역할입니다”라고 말했다.

'미인은 잠꾸러기' 라지만 본선이 코앞인 이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오디션을 위해 몸가짐, 마음가짐을 다듬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1분 1초가 아깝다. 공식 연습장에서는 '워킹과 포즈' 훈련만이 이뤄진다. '장기자랑' 과 '말하기' 연습을 위한 개인적인 과외까지 해야 한다. 슈퍼모델 후보들은 "고3 수험생보다 더 빡빡한 하루일과를 보낸다" 며 혀를 내둘렀다.

글·영상=김정록·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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