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100주년 행사로 조국 사랑 보여줄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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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늘 한국을 생각하지요. 태평양 건너편에 사는 탓에 하와이 한인들은 항상 조국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죠. 이민 1백주년 행사를 통해 미주 한인들의 조국 사랑을 제대로 보여줬으면 합니다."

하와이 한인사회는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주 한인 이민 1백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 행사를 주도하는 기념사업회에서 재무 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로버트 고(72).

90주년 기념사업 때는 총무 담당으로 활동했던 그는 "당시 사업을 준비하며 갖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이번엔 좀더 매끄럽게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하와이 교회들의 모임인 한인 기독교회에서 30년 넘게 활동했으며 이 모임 산하 회원연합회를 맡고 있다.

"우리 회원연합회도 큰 일을 하나 하고 있습니다. 3백만달러를 들여 '하와이 광화문'을 건설하고 있어요. 서울 광화문과 똑같은 모형의 이 빌딩은 고(故)이승만 전 대통령이 세운 한국기독교회 앞에 내년 4월께 준공될 예정입니다."

로버트 고는 조용히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통한다. 40년이 넘도록 일본인 아내 준 고(64)와 함께 매주 목요일 릴리하 한인 양로원 등을 찾아 음식을 전달한다. 주정부에서 노인들을 위해 마련한 음식을 나눠주는 일을 해 온 것이다. 그는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말을 듣는 아내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는 의무감만으론 못하죠. 모두가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뿐입니다. 봉사하는 삶이야말로 큰 행복입니다." 그는 25년 동안 하와이 한인 상공회의소의 평회원으로 장학금 모금과 각종 행사 진행 등 궂은 일만 맡아 왔다.

로버트 고는 1923년 하와이로 이민 온 고지운(59년 작고)씨의 3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엔 호놀룰루시 공무원으로 일했고,이후 토목·건설회사에서 재정 담당으로 일하다 퇴직했다.

호놀룰루=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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