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와 합치느니 하나銀과 합병 잘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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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서울은행이 HSBC 등 외국계 금융기관으로 넘어가지 않고 하나은행과 합병하게 된 것은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다. "

하나은행과의 공식 통합을 한달 남기고 지난 1일 퇴임한 강정원(52·사진) 전 서울은행장. 姜전행장은 4일 기자와 만나 "합병작업이 생각보다 훨씬 순조롭게 이뤄지는 것을 보고 서울은행을 떠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은행이 사전준비를 매우 치밀하게 해둔 것 같다"며 "처음에 반발했던 서울은행 직원들도 합병작업에 성심성의껏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姜전행장은 "은행의 경영 정상화와 해외매각이란 소임을 받고 서울은행장을 맡았는데 해외매각 작업이 무산돼 안타까웠다"면서 "그러나 하나은행이란 좋은 상대를 만나 유리한 매각조건에다 국내 은행의 대형화까지 이뤄 세옹지마가 됐다"고 평가했다.

2년반 동안 서울은행장을 맡으며 이룬 성과에 대해 그는 "무엇보다 주주들(정부와 예금보험공사)이 만족하고 있어 내 역할을 다한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서울은행 직원들도 "은행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그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한다. 이들은 "제일은행에 비해 올 상반기 순이익이 5백억원 이상 많이 났다"며 퇴임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姜전행장은 미국에서 경제학과 국제법을 공부한 뒤 씨티은행과 뱅커스트러스트를 거쳐 도이체방크 한국대표로 일하던 중 2000년 5월 서울은행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연봉이 대폭 줄어드는데 왜 그런 일을 맡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큰 보람을 느꼈으며 절대 허송세월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사회는 영웅을 용납하지 않는 것 같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격려는 못해줄 망정 뒷다리는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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