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부수입'짭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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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술에 관한 세금을 관장하는 국세청이 그동안 축적한 각종 주류 분석기법을 활용해 새로운 주류제조기술을 개발, 화제가 되고 있다.

국세청 산하 기술연구소가 주세(酒稅)수입을 늘리기 위해 정확한 주류 분석·감정 기술을 다루다보니 주류제조기술 특허까지 잇따라 출원하게 됐다는 것.

2000년부터 특허를 받은 기술은 모두 13건으로 이 가운데 2개 기술은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 지금까지 1억3천만원의 특허료 수입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특허로는 청주·약주를 만들 때 발생하는 술지게미(찌꺼기·酒粕)를 재활용해 양질의 증류식 소주를 제조하는 기술로 지난 8월 국내 주류 제조회사와 연간 1천5백60만원의 특허료 계약을 하고 기술을 이전했다.

기술연구소 측은 "국내 3대 청주·약주 제조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2천2백t의 찌꺼기를 모두 사용하면 약 3백50만병(3백60㎖ 기준)의 소주를 만들어낼 수 있어 자원 재활용에 효과적인 기술"이라며 "향후 20년 동안 31억원 이상의 세입을 올릴 수 있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가격이 비싼 찹쌀 대신 저렴한 멥쌀을 이용한 조미주(調味酒)원액 제조기술도 국내 모 회사에 1억1천4백만원을 받고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이밖에 활용할 주인을 찾고 있는 기술도 여럿 있다. 고려시대에 개발됐던 한국식 포도주 제조기법을 토대로 서양식 포도주와 동양의 탁·약주를 혼합한 퓨전 주류를 비롯, 부유물질이 가라앉지 않는 탁주, 감자를 이용한 증류식 소주, 참다래 과실주, 매실 발효주 등 종류도 여러가지다.

기술연구소는 1909년 대한제국 탁지부 산하 양조시험소로 출발, 66년 국세청 발족과 함께 산하기관으로 편입된 국내 유일의 주류분석 연구기관이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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