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있는아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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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함민복(1962∼)'선천성 그리움' 전문

거울 앞에서 왼손을 들면, 거울 속의 나는 바른손을 든다. 익숙한 부조리다. 나의 심장은 왼쪽 가슴 속에서 뛰고 있는데, 거울 속의 내 심장은 바른쪽에서 뛴다. 당신과 내가 포옹하고 사랑을 나눌 때도 그렇다. 당신의 오른쪽에서 나의 심장이, 나의 오른 쪽에서 당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 들린다. 그러므로 왼쪽과 바른쪽, 좌와 우를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단절하지 말자. 좌우의 어느 한쪽이 없으면 불구가 된다.

김광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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