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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단일화' 주시 勢 불리기로 맞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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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은 민주당 분당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 반노파가 탈당의 명분으로 삼은 노무현(盧武鉉)후보와 정몽준(鄭夢準)의원의 후보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이회창(李會昌)후보에겐 가장 부담스러운 양강(兩强)구도가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李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盧·鄭의 단일화 논의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4일 "정경유착을 뿌리뽑겠다는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재벌 2세인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이 단일화한다는 것은 국민 사기극의 결정판"이라고 맹비난했다.

盧·鄭의 단일화가 실현될 경우 한나라당은 '이회창 대세론'으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오는 8일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민주당 탈당의원 4∼5명과 자민련 의원 일부를 영입해 대세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국회가 끝나면 당 의석이 1백50석을 넘길 것"이라고 한 당직자는 말했다.

박근혜(朴槿惠)의원과 박태준(朴泰俊) 전 총리도 이달 중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李후보는 이르면 이번 주말 朴의원과 만나 그의 복당 문제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朴의원이 李후보와 힘을 합칠 경우 '이회창 대세론'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분당사태도 결국 '이회창 대세론'을 굳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 핵심 당직자는 "민주당 분당사태는 李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 만큼 민주당이 갈라질수록 대세는 李후보에게 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고무적인 것은 鄭의원 지지율이 떨어지고 盧후보의 지지율은 상승하는 상황에서 '반노' 의원들의 연쇄탈당이 발생한 점"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鄭의원 지지율의 하락을 "예상보다 가파르다"고 봤고, 그 같은 흐름의 반작용으로 '노풍'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민주당 분당사태는 盧후보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시각이다. "반노파의 탈당이 盧후보 진영 내부에는 단결을 촉발할지 몰라도 국민에겐 盧후보의 수권능력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할 것"(南景弼대변인)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李후보는 5일 빈소를 찾아준 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전 대통령과 김수환(金壽煥)추기경, 정대(正大)조계종 총무원장, 정진석(鄭鎭奭)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등을 찾아 고마움을 표시할 계획이다. 전화로 조의를 표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도 통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全斗煥)전 대통령은 지방에 간 관계로 조만간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한다.

이상일 기자

le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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