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론 "매입" 실제론 "처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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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결의해 놓고선 자사주 취득 기간에 최대 주주와 주요주주·임직원 등 내부자들은 오히려 자사 주식을 팔아 치운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스닥에서는 시장침체가 심했던 지난 3분기(6∼9월) 자사주 취득 기간에 내부자들이 사들인 주식보다 매도한 주식 규모가 훨씬 커 주가 하락을 부채질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부자매매조사 전문업체인 아이스코어(www. iscore. co. kr)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자사주 취득 기간에 내부자가 주식을 처분한 기업은 78개(거래소 34개, 코스닥 44개)로 나타났다.

매도 건수는 모두 4백1건이었다. 같은 기간에 내부자들의 매수가 이뤄진 것은 78개(거래소 33개, 코스닥 45개) 기업, 6백61건이었다.

매매 금액 기준으로 거래소 기업은 내부자들의 매수가 1천8백36억원, 매도 3백91억원으로 1천4백45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자사주 취득기간에 내부자들이 3백38억원어치를 매입한 반면 6백60억원을 내다팔아 3백20억원 이상의 순매도를 보였다.

특히 코스닥 기업의 내부자 매매는 2분기까지는 소폭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지수 하락기였던 3분기에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3분기 자사주 취득기간에 내부자들이 주식을 가장 많이 팔아치운 코스닥 종목은 모디아(1백53억원)였으며 씨피씨(75억원)· 이루넷(62억원)· 인터스타테크(49억원)·유니슨산업(2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거래소에서는 LG건설(92억원)·LG석유화학(32억원)·조광페인트(22억원)의 내부자 매도 규모가 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취득 기간에 내부자들이 주식을 처분한 경우 자사주 매입이 완료된 이후 오히려 주가가 더 낮아질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chd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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