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꼴찌 삼성 몸 안사린 '발야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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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의 질주'.

정규시즌 1위 삼성은 팀 방어율(공동)과 팀 타율, 팀 홈런에서 모두 1위다. 그러나 공격과 수비에서 상위권을 휩쓴 삼성이 감추고 싶은 기록이 있다. 바로 도루. 삼성은 팀 도루 47개로 최하위다. 삼성의 저조한 도루기록은 선수들의 발이 느린 것도 있으나 스타급 선수들이 부상을 우려, 무리한 주루 플레이를 자제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삼성의 거북이 걸음을 단기전에서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보인 삼성 선수들의 '뛰는 야구'는 자신들의 강점인 '힘의 야구'를 뒷받침하는 기폭제가 됐다. 1회말 1사 후 동점 적시타를 치고 1루에 출루한 이승엽은 허를 찌르는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올 시즌 1백33경기에 출전, 도루가 단 한개밖에 없었던 '홈런왕' 이승엽이 부상 위험과 도루 저지율 1위인 LG포수 조인성의 높은 벽을 무릅쓰고 행한 '겁 없는' 시도였다. 이승엽은 여유있게 2루에서 살았다. 후속타자 마해영은 팔꿈치에 공을 맞은 뒤 얼굴만 약간 찡그리고 곧바로 힘차게 1루로 달려가는 뚝심을 보였다.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기보다는 흔들리기 시작한 LG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2회말에는 양준혁의 과감한 주루 플레이도 눈에 띄었다.

양준혁은 진갑용의 깊은 중견수 플라이 때 2루에 리터치한 뒤 3루를 향해 헤드퍼스트슬라이딩으로 몸을 던져 1사 3루를 만들었다. '억대 몸값' 삼성 스타들의 허슬 플레이는 이번 시리즈에 임하는 그들의 의지를 읽게 해주는 단면이다.

대구=김종문 기자

jmoon@joongang. 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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