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검찰총장으로 불똥 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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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숨진 趙모씨가 수사관들의 구타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문책 회오리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당초 "일부 구타는 있었지만 이것이 사망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던 검찰 측 주장은 사실과 달랐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 청사에서 피의자가 가혹행위로 사망한 첫 사례다. 더구나 물고문 의혹까지 불거져 정치권에서 한 목소리로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등 최고위층의 인책론을 들고 나와 검찰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남은 문제는 문책의 범위와 강도다. 얼마 전까지 검찰 주변에서는 '서울지검장·검찰총장 구두 경고, 서울지검 3차장 징계, 서울지검 강력부장 중징계' 정도로 이번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책 수위가 이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발생 초기에 趙씨의 자해 가능성을 제기해 혼선을 초래했던 당시 강력부장 등에 대해선 검찰 조사와 함께 강도 높은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검찰이 인권 보호에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점도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趙씨가 숨질 당시 15시간 동안 특조실의 폐쇄회로 TV가 작동되지 않았다. 진술을 녹취하고 가혹 행위를 감시하기 위해 서울지검 특조실마다 폐쇄회로 TV를 설치해 놓고도 평소 이를 작동시키지 않고 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일 김진환 서울지검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검찰 수뇌부에까지 쏠리는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수습 방안을 놓고 고민하는 수뇌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金지검장은 "사건의 최고 책임자로서 어떤 문책이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으로 사죄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金지검장의 사과를 사의 표명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명재 총장도 어떤 형태로든 대국민 사과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을 공식 발표하거나 회의 석상에서 우회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검찰 주변에서는 문책 범위의 관건은 홍경령 주임 검사의 사법처리 여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로서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 洪검사가 구타 사망 행위를 묵인·방조한 혐의가 인정돼 현직 검사를 가혹행위로 구속 기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경우 서울지검장을 포함한 고위 간부들이 문책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洪검사에 대한 동정론도 만만치 않다. 강력부 출신인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洪검사의 경우 자살로 위장된 살인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3년 이상 공을 들이다가 뜻하지 않은 사태를 맞은 것"이라면서 "그를 사법처리한다면 누가 검찰 내에서 점차 가기 싫어하는 '3D 업무'인 강력·마약 사건 수사를 지원하겠느냐"고 우려했다.

검찰 수뇌부는 洪검사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이번 주 중 검찰 안팎의 여론을 참조해 최종 문책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강수 기자 pine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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