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등 3천명 살생부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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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제16대 대통령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군소후보들이 기발하면서도 파격적인 공약들을 쏟아내며 유권자 눈길끌기에 혈안이다. 이른바 '마이너 리거'로 분류되는 대선 후보는 대략 8∼9명. 비록 대선 레이스의 사각지대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는 있지만 공약과 독설만큼은 단연 금메달감이다.

삼미그룹 부회장에서 웨이터로 변신해 화제가 됐던 서상록(徐相祿·65)씨는 노년권익보호당 후보로 나서면서 과격 투사로 탈바꿈했다.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정치인 때려죽이기▶사법시험을 폐지해 변호사 수임료를 10만원대로 낮추기▶북한에 살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 이주의 자유 허용하기 등이 주요 공약이다. 徐씨는 "전국의 웨이터 표만 모아도 1백25만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공화당 허경영(許京寧·52)후보가 내놓은 10대 혁명공약은 한술 더 뜬다. ▶당선 즉시 계엄령을 선포, 국회의원 전원을 사법처리▶이를 위해 사회 지도층과 정치인 3천명의 살생부 작성▶암행어사제도 부활▶불효자 사형▶모병제 도입하고 복무 기간은 6개월로 단축▶북한에 미군과 유엔군 주둔▶모든 신혼부부에게 5천만원씩의 새 출발 자금 지원▶경기도 전체를 서울시로 합병▶담배 생산 및 판매 금지 등 하나같이 압권이다.

許후보는 "소요 자금은 화폐개혁을 단행, 24시간 안에 신고하지 않은 음성자금 8백조원을 국고에 귀속시켜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복지민주통일당 김허남(金許男·82)후보는 "재벌이 더 큰 재벌이 돼서 서민을 잘 살게 하는 '부익부 빈익부'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모토다. 또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3기운동(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일하기 좋아하기, 정직하기)과 3정(正)운동(생각과 관찰과 실천을 바르게 하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金후보는 "이산가족 1천만표, 신라종친회 소속 2천만표, 각종 사회사업을 통해 인연을 맺은 사람 1천만표 등을 합하면 설령 이탈표 3천만표를 빼도 1천만표는 거뜬하다"며 "당선은 떼어논 당상"이라고 주장했다.

민주광명당 명승희(明承禧·62)후보는 '신이 점지한 후보'가 자랑거리다. 1997년 DJ 당선을 예언해 스타 무속인이 된 심진송씨가 여성 대통령의 주인공이라며 明후보를 지목했다는 것이다.

明후보는 "어머니의 푸근함으로 부정부패를 일소하겠다"며 국회의원 무보수 명예직화를 내세웠다.

남장여성으로 유명한 우리겨레당 김옥선(金玉仙·68)후보도 "현 정부의 잘못된 정책 4백개를 선정해 당선 즉시 폐기하겠다"고 가세했다.

최근 마이너 리그의 최강자로 급부상한 무소속 장세동(張世東·66)후보는 "대통령이 돼 어른(全斗煥 전 대통령)을 더 극진히 모시겠다는 일념 하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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