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利子 … 커지는 한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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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올해 말 명예퇴직을 하는 金모(55)씨는 요즘 퇴직금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2억원의 퇴직금을 받지만 은행에 맡겨봐야 기대할 수 있는 이자는 연 4%도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중 은행 평균 예금금리는 연 3.98%였다. 2억원을 예금해도 세금을 떼고 나면 한달에 55만4천원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 물가상승(올 3.0% 예상)에 따라 떨어지는 돈의 가치를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사실상 '제로 금리'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자 생활자'라는 말이 머지않아 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초저금리는 대세"=금리가 많이 떨어졌지만, 앞으로도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름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금융연구소 김진영 금융팀장은 "최근의 초저금리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며, 국가 경쟁력을 생각하면 우리만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각국의 1년 만기 정기예금을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2%대 초반, 중국이 1.98%, 일본은 0.05%에 불과하다"며 "선진국에선 이자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 자금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은행을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로 접어든 것도 은행 예금금리를 더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앞으로 은행들의 짝짓기가 끝나 몇몇 대형 은행 위주의 과점 체제가 구축되면 은행들이 편하게 예금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 시대의 재테크=그래도 열심히 발품 팔면 좀 나은 투자대상을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세금우대 금융상품을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며, 예금자보호 한도(1인당 5천만원) 안에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아보이는 금융기관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은행 금융상품의 경우 매달 일정액을 넣는 적립식 상품이 정기예금처럼 한번에 몫돈을 맡기는 상품보다 금리가 높다. 은행 적립식 상품의 지난달 평균 금리를 보면 ▶정기적금 연 5.14%▶주택부금 5.27%▶상호부금 4.86% 등으로 정기예금(4.73%)보다 유리했다.

제2금융권으로 가면 은행권보다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상호저축은행 정기예금의 경우 은행 정기예금과 상품 내용은 다를 바 없으면서도 이자를 1%포인트 이상 더 준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예금자보호 한도 안에서 가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말한다. 채권에 간접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도 여전히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채권값이 떨어지면 자칫 기대수익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실세금리의 흐름을 읽는 안목이 요구된다.

엉클조 금융컨설팅의 조경만 원장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앞으로 금융수익을 얻을 수 없을 것"이라며 "전체 자산의 일부를 채권·주식·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간접 투자상품에 할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광기·주정완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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