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물가전선에 삼각파도 몰아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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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기·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이 오른 가운데 곡물·원유 같은 국제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등 해외에서 돌발 변수가 터진 탓이다. 이에 따라 물가당국의 고민도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요즘처럼 2%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월비)은 올 1월에 3.1%를 기록한 뒤 ▶3월 2.3% ▶5월 2.7% ▶7월 2.6%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상기후 탓에 과실·채소값을 중심으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크게 올랐다. 7월 신선식품지수는 16.1%나 급등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8월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나 기상요건 등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변동성이 있겠지만 2%대의 안정적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원자재 값 꿈틀=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수확량 감소에 따라 곡물 수출 중단을 발표하자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밀 선물은 1부셸(약 27㎏)당 7.85달러로 올랐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다. 밀 선물은 지난 6월 9일 부셸당 4.28달러였으나 2개월 만에 무려 83% 폭등하면서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일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 우려를 낳고 있다.

원유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대이란 제재에 따라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5일 현재 배럴당 78.59달러로 지난주 평균 가격보다 배럴당 4.92달러 올랐다. 이란이 제재 동참국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면 이들 국가는 당장 현물시장에서 다른 조달 수단을 확보해야 해 세계 원유시장에 충격을 주고 원유 도입 단가를 밀어올릴 수밖에 없다.

또 비철금속의 상승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아연과 동은 t당 1999.0달러와 7237.5달러로 한 달 만에 각각 13.6%, 12.2% 올랐다.

◆공공요금 인상 이어질까=지방선거 직후인 지난달 30일 정부는 ‘2010년도 공공요금 조정방향’에서 전기와 도시가스 요금을 각각 3.5%, 4.9% 인상하기로 했다. 시외버스 운임도 평균 4.3%, 고속버스 운임은 평균 5.3% 올리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그동안 인상을 미뤘던 공공요금을 올리고 있다. 경남 진주시와 함안시는 지난달 1일부터 정화조 청소료를 각각 32.7%, 31.6% 올렸으며, 밀양시도 9월에 38% 인상할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지난달 1일부터 시내·농어촌 버스의 운임을 8.6~12.7% 올렸다. 강원도 원주시도 분뇨 수집과 운반 수수료를 하반기에 평균 11~12%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충청북도와 울산시는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전기·가스료 인상이 지자체의 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지자체가 공공요금을 올리면 지방 교부금을 줄이는 등 예산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요금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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