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포비든 플래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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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LG아트센터에서 막을 내린 뮤지컬 '포비든 플래닛'(사진·루트원 제작)은 우주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강조한 작품은 아니었다. 때문에 무대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우주 여행을 즐기고 싶었던 관객들로부터 '좀 실망했다'는 말이 나올 만했다.

대신 그 빈 자리를 주로 록 음악이 채웠다. 우주선의 내부처럼 꾸민 고정된 무대 세트에서, 배우들이 우주복을 입고 나와 직접 연주하며 노래하는 록 콘서트 같았다. 등장 인물은 못된 아내에 의해 우주로 추방된 괴짜 과학자 프로스페로(김성기), 그리고 그의 딸 미란다(박기영)와 우주선 선장 템페스트(남경주) 등. 이들은 모험과 사랑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이야기를 엮는데, 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입으로 푸는 그것이어서 단조로웠다.

원래 영국제 수입품의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런 태생적 한계를 탓할 것은 아니었다. 주어진 조건이 그럴수록 살을 붙여 이를 우리의 정서가 녹아있는 입체적 무대로 되살려 내는 연출자와 연기자의 노력이 아쉬웠다.

동일한 세트에서 별다른 장면 전환이나 극적인 전기 없이 말과 연기로 푸는 작품일수록 그런 해석력이 더욱 필요한 법이다. 만약 그랬다면,'햄릿' 등 셰익스피어의 다양한 작품에서 길어온 보석 같은 대사들이 무대에서 생생하게 살아나 훨씬 품격있는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주역 남경주는 지쳐 보였다. 대사를 그저 읊조리는 식이었으며 거의 상황을 무시한 무표정한 연기는 '검증된 스타'의 그것으로는 미흡했다. 데뷔 신인이라는 사실을 무시한 채 가창력만 믿고 주역을 맡긴 탓일까. 남씨와 나이를 초월한 로맨스를 엮어가는 박기영은 대극장 무대를 채우기엔 대사와 움직임이 서툴렀고 외적인 신비감도 떨어졌다.

뮤지컬은 마지막 신나는 록음악 메들리로 뒤풀이를 연출하며 끝을 맺었다. 관객들도 덩달아 춤을 추는 화끈한 순간이었지만, 그것으로 이미 흘러간 두시간의 아쉬움을 달랠 수는 없었다.

제작사는 이번 공연의 부족함을 보완해 대학로에서 재공연할 계획이다. 발전이 있기를….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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